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p#28. 내가 있는 곳 - 줌파 라히리
    1. 책 (book) 2019. 5. 12. 22:25

    “장소를 옮길 때마다 나는 너무나 큰 슬픔을 느낀다. 이동 자체가 날 흔든다.”

    -이탈로 스베보

     

    이 책은 이 한 줄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공간.

    무심하게 지나치는 공간.

    멍 때리거나 스마트폰에 집중을 하거나 눈꺼풀을 덮고 벗어나기만 기다리는 공간.

    애써 기억하지 않는 공간.

    시간이 지나면 내 인생에서 너무나 쉽게 지워질 공간.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다시 지나치게 되면, 

    어쩌면 추억에 잠기며 쓸데없이 센치해지는 공간.

    무심코 지나쳐서 미안했던 공간.

     

    그녀는 46개의 물리적인 공간과 내면의 공간 안에서 사색을 합니다.

    어릴 적 부모에게서 받은 트라우마, 어려운 타인과의 관계 형성, 이성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수많은 진통들.

    이러한 삶의 불안 요소들을 공간(자리)의 변화(이동)를 통해 작품에 투영합니다.

     

     

    공간의 변화라는 요소가 자칫하면 그녀의 삶의 다채로움, 혹은 자유로움으로 읽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그녀의 불안한 행동과 심리묘사를 통해 공간의 변화라는 요소가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어떤 해안도시에 사는 이름 모를 40대 가량의 선생님 혹은 교수.

    그녀가 작가 줌파 라히리 본인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작품 속에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고 작가 자신의 일부분을 그 캐릭터에 주입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냥 그녀 본인의 이야기로 읽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에세이가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훌륭한 에세이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저를 어느 정도는 채워준 작품입니다.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소설을 주로 좋아하는 저한테는 솔직히 막 재미있거나 뭐 그러진 않는 게 사실이긴 하죠.

    그냥 순간순간 감정들이 격하게 공감되는 장면이 나와서 희열을 가끔씩 느끼는 정도?

    아마도 인생 경험이나 타인과의 관계 경험이 다양하신 분들일수록 공감되는 장면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당신의 상실감을 꺼내줍니다.

    ‘금지된 열정은 글쓰기에 좋은 연료’라는 말이 요즘 자주 공감이 됩니다.

     

    댓글

Edited by Wanderl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