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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4.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1. 책 (book) 2019. 5. 6. 21:04

2019년 2월에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번역이 늦어진 것이고 일본에서는 2015년 작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2018년에는 일본에서 영화화되기도 하였습니다.
일단 평부터 하자면 무조건 추천합니다.
장르는 살짝 애매하긴 합니다..만
SF소설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일단 추리소설은 아닙니다.
굳이 장르를 꼽아야 한다면 SF, 가족드라마 뭐 이 정도입니다.
작품의 무게감을 따지자면 제가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작품 중에서 단연 원탑입니다.
압도적으로!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가독성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작가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독성과 재미. 이 부분인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듯이 일부 장르소설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 작품들도 더러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치면 공항 소설이라고 폄하당하는 그런 경우이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재미있고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심각한 고민을 하게끔 질문을 던집니다.
일단 시작은 SF소설처럼 시작합니다.
뇌사상태에 빠진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 가즈마사라는 인물은 (뇌 의료 뭐 이런 연구회사 대표인데) 아직까지 인간의 미지의 영역인 뇌의 영역을 파고듭니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판단과는 다르게 연구는 하나 둘 성과를 보게 되고 상태가 점차 호전됩니다.
그리고 과학의 힘을 빌려 아이는 인공호흡기를 떼어내고 퇴원을 합니다. 그리고 편히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지내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언젠가는 깨어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돌봅니다.
그리고 동시에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해서 하게 되죠.
결말은 작품에서 확인하세요.
(뭐 이렇게만 얘기하면 그냥 SF소설 감동 드라마 이런 이야기일 것 같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작가는 작중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뇌사상태는 살아있는 상태인가?
물론 뇌사판정의 기준은 국가별로 다릅니다. (뭐 사실 그런 디테일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뇌腦 죽을死.
죽음이라는 단어는 제도적 편의에 의한 형식적인 단어입니다.
뇌에 대한 완벽한 연구가 현실세계에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뇌가 죽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의사들은 뇌사판정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본인들도 그 맹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인 단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들의 이러한 행위가 책임회피라는 오명을 벗게끔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그간의 통계입니다.
"뇌사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반면에 아이의 부모는 그 뇌사라는 단어가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아닐 수도 있고요.)
뇌사 진단을 받아들인다면 뇌사판정 테스트를 하게 되는 것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명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갑작스레 닥쳐 든 혼란 속에서 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만약 뇌사판정을 받도록 진행이 된다면 또 이 시점에서 아이의 장기기증 여부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가혹하게도 말이죠.
한편, 장기이식 수술만 받는다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빨리 이식을 받지 않으면 아이는 생명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부모는 아이의 장기이식 수술을 기다립니다.
누군가가 장기이식을 해주기를 기다립니다.
누군가가 뇌사상태에 빠지기를 기다립니다.
이 사례에서 두 가지 질문이 추가되었죠.
둘째 뇌사상태의 아이를 보내지 못하고 광적으로 변해가는 부모는 잘못된 것인가?
셋째 내 아이 대신 다른 아이가 죽기를 바라는 부모가 잘못된 것인가?
이런 무겁고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들을 합니다.
뇌사에 관련된 여러 찬반 논란들은
1. 생명 윤리에 대한 철학적인 관점.
2. 그리고 현행법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았을 때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혼란. (물론 법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니 나라별로 혼란도 가지각색이겠죠.)
3. 기타 등등
이런 오가야 될 이야기가 너무 어렵고 많습니다.
그래서 작가도 성급히 답을 내지 않고 질문만 던집니다.
저도 이거 파고들다가는 어 너무 힘들겠다 싶어서 비겁하지만 작품의 내용만 간추려서 말씀드렸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고 주제는 무겁기는 한데
작품 자체는 일단 너무 재미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이점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스포가 될지 모르겠는데, 에필로그까지 감동적인 작품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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